어휘, 표현

How Come? vs. Why?

새로운 미래 2024. 2. 2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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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늦었어?

이 말은 맥락에 따라 다음과 같이 두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A. 직장에서 중요한 회의에 부하가 지각을 했을 때, 상사가 늦은 이유를 따져묻는 경우B. 평소에 늦는 법이 없는 친구가 저녁 약속에 늦도록 오지 않아 걱정을 하던 차에 도착해서 묻는 경우

 

A와 같은 경우는 직장상사가 부하에게 상당히 강한 '대립각을 세우는(confrontational)'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상사가 벌어진 상황이 불만족스러워, 공격적인 어조타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부하에게 대놓고(directly) 따져 묻는 경우입니다. 또한 이 경우는 공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격이 없는 (informal) 표현을 사용하는 대신에, 격식 차린(formal) 표현을 가려 쓰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부하의 경우 역시 상사가 궁금해하는 늦은 이유에 대해 역시 격식차린 표현으로 제대로 대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겠죠.

 

이와 같은 맥락을 염두에 두고, "왜 이렇게 늦었어?"를 영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Why did you turn up so late? (turn up: arrive)

 

반면, B와 같은 경우는 친한 친구들끼리의 사교 모임이다 보니, 격식차린 표현보다는 오히려 격이 없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또한, 질문을 던진 이의 경우, 친구가 늦은 게 기분 나빠 그 이유를 따져 묻는 게 아니라, 평소답지 않게 늦도록 오지 않아서 걱정했다는 마음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한 말이었을 겁니다. 늦게 도착한 친구 역시 질문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친구들이 걱정해준 마음에 고마음을 느끼고, 그들을 안심시키는 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일 겁니다. 중요한 점은 이 경우 늦은 이유 따위는 사실상 그리 중요하지 않아,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말로도 대답할 때, 이유 따위는 무시하고, "야, 네가 날 그렇게 보고싶어 했다니 기쁘다."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듯이 말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을 염주에 두고, "왜 이렇게 늦었어?"를 영어로 옮기면

How come you turned up so late?

 

이 경우 why를 절대 쓰면 안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다만 why를 쓰는 경우, 설령 질문하는 친구의 마음속엔 직장상사처럼 늦은 것을 비난하고, 그 이유를 따져묻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고 해도, 듣는 친구 입장에서를 얼마든지 그런 의미로 듣고 내심 언짢아 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정말 그 이유를 꼭 알아아만 하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어민들 대부분은 how come을 쓰곤 합니다.

 

반대로 A의 경우 how come을 사용한다면 엄숙하고 진지해야 할 회의장 분위기가 절친들끼리 웃고 즐기는 사교장같은 분위기로 돌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교양있는 원어민들의 경우는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업상 나누는 공적인 대화나 서신, 혹은 공인 시험 등의 답안 작성에서 how come을 쓰지 말라고 경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표현 사이에는 이런 의미상의 차이 뿐만 아니라 중요한 형식상의 차이도 있습니다.

Why 다음에는 의문문의 어순(조동사 + 주어 + 본동사)이 뒤따르지만,

How come 다음에는 평서문의 어순(주어 + 동사)이 뒤따른다는 차이 말입니다.


주말을 보내고 등원한 유치원 학생에게 교사가 주말에 했던 일을 발표해 보라고 시키자, 이렇게 대답합니다.

 

Sidney: How come we always have to tell you what we did, and you never tell us what you did?

씨드니: 왜 항상 우리들만 뭘 했는지 얘기해야 하는 거죠, 선생님은 한 번도 뭘 했는지 얘기해주지 않으면서?

 

눈치빠른 분들은 '위 장면에서 Sidney는 왜 그래야만 하는 건지 이유를 알고 싶어 따져 묻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만 한다면 이는 너무 부당한 일이다는 귀여운 항의나, 나아가 선생님도 한 번 쯤 자기 얘기를 해달라는 가벼운 요청을 부드러운 어조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why가 아니라 how come을 사용했구나'하고 이미 짐작하셨을 겁니다. 이어지는 장면을 보면, 이 말을 들은 선생님도 아이가 한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는, 긴말 하지 않고, 'Okay'하면서 자신이 주말에 뭘 했는지 학생들에게 바로 들려 줍니다.

 

글강의를 마치며 학습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이유를 따져 묻는 맥락에서 벗어나, 벌어진 상황이 놀랍거나, 믿기지 않고나, 불쾌하거나, 실망스럽다는 마음을 전달할 때 how come을 쓴다고 익혀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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