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학 중에서도 박쥐에 관한 전문가가 위와 같은 장면을 포착해 사진을 찍는다면, 이에 뭔가 놀라운, 과학적인 사실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와 같은 비전문가가 달랑 이 사진만 본다면, 사정이 달라지겠죠. 보이는 모습에만 매몰되어, "저 놈의 박쥐는 언제봐도 무시무시해(scary)" 또는 "박쥐도 날아다니며 저렇게 꽃즙을 먹는다고, 굉장하네(awesome)" 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일반적일 겁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곤충학자가 탄식을 합니다. "아닌데. 내가 이런 장면을 사진에 담은 이유는, 저 순간 박쥐가 꽃의 수정을 돕는 꽃가루 매개자(pollinator)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선데." 이런 상황이라면, 곤충학자는 다음과 같이 외치고 싶을 겁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