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표현

"얹혀살다" “신세를 지다” 영어로?

靈感탱이얌 2024. 10. 10.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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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자주 들었던 잔소리가 하나 있다.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책임감이 강해야 하며,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유지해야 한다."

삼십대 초반까지 경제적 기반을 쌓고, 결혼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 역할을 하는 것이 인생의 행로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회 구성원들은 암암리에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이나 지탄을 받는 처지에 몰리곤 했다.

심한 경우 "그런데도 밥이 목구녕으로 넘어 가냐?"는 심한 모욕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밥이 목구녕으로 넘어가든?"은 다음 글에서 다룰 주제이기도 하다.)


리디아: 당신 고충이 많다고 들었는데, 참 유감이다.

앨런: 고충이라니, 뭔 고충을 말하는 건지?

리디아: 어랏, 내가 잘못 알았나 보다.

리디아: 찰리, 네 동생 이혼당하고, 알거지 되어, 당신 집에 얹혀산다고 말하지 않았나?

챨리: 이 여자가 지금 뭔 얘기를 하는 건지 난 도통 모르겠거든.

 

개인주의, 자유주의 사상의 요람이라 생각들 하는 미국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하다.

생전 처음 본 리디아의 거침없는 말에 앨런의 '기분이 상하는(feeling offended)' 모습을 보고,

챨리가 자신은 그런 말 한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장면을 보다 보면 이다.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다"에 상응하는 영어 표현은 다음과 같다.

 


 

'남에게 의지해 붙어 사는 것'을 우리말로는 "얹혀산다"라고 표현한다.

영어에도 의미상 이에 상응하는 좋은 표현이 있다.

 

필자의 생각에 영어나 우리말이나 너무나도 절묘하게 상응한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있다.

두 표현 모두 임시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의 일부만을 살짝 묘사할 뿐이란 점인데,

즉, 이 표현 자체만으로는 누군가를 질책하는 듯한 부정적인 뉘앙스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굳이 부정적인 함의를 찾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인생에서 잠시 어려운 시기를 거쳐가는 중에 타인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말 표현을 "빌붙어 산다"고 바꾼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여기에는 "고의적으로 타인의 자비로움을 악용해 이를 빨아먹으며 산다"는 비판적인 의미가 함께 담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빌붙어 살다"라는 우리말과 적절하게 상응하는 영어 표현은 다음과 같다.

 

타인의 선의를 악용해 빌붙어 먹기를 즐기는(?) 사람을 우리말에선 "인생 날로 먹으려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와 상응하는 영어 표현 중에 하나가 바로 다음과 같은 표현이다.

 

운임을 지불하지 않고 열차등을 마음대로 타고 다니는 양아치에서 유래한 이 표현은

그대로 한국 사회로 건너와 "무임승차자"라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보다 더 비난의 어감이 쎈 우리말 표현에 "기생충"이 있다.

영어로 기생충을 parasite이라 하는 걸 보면,

"기생충처럼 남에게 빌붙어 산다"는 의미에 상응하는 다음의 영어 표현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리디아: 찰리, 네 동생 이혼당하고, 알거지 되어, 당신 집에 얹혀산다고 말하지 않았나?

 

앞서 얹혀살다는 표현 자체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그리 강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 표현 앞에 "이혼당하고," "알거지가 된 후"라는 문맥(context)이 선행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거기에 상대방을 엄청 배려하는 듯한 태도를 앞세웠지만, 속마음으로는 사실 매우 멸시하는 성격(character)이 드러나는 어조까지 동반된다면, 이건 빼박이다.

 

이 장면에서, 초면에 첫인사를 하던 리디아는 "인생 패배자(loser) 주제에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니?"라는 욕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까닭에 필자는 이 장면만 보고도 "리디아, 이거 아주 '개썅마이웨이'겠는 걸!"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할 수 밖에 없었다는 후기도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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